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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신 글)군자 말년에 배추씨 장사

쿠카이든 2022. 11. 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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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아버지
쓰신날 : 2019.5.15~22

군자 말년에 배추씨 장사한다는 속담은 “평생을 두고 남을 위하여 어질게 살아온 사람이 말년에 가서는 매우 어렵게 사는 경우”이거나 “한때 떵떵거리고 잘살다가 늘그막에 가서는 망하여 볼품없이 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자녀들을 대학 졸업시키고 본인의 비즈니스를 위한 직장생활도 거의 막바지인 우리 또래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 중에는 군자 말년에 배추씨 장사하는 경우가 주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헐렁하게 지내왔건만 어느 순간 본인이나 가까운 가족에게 닥치는 불행으로 와 닿는 상황이 왕왕 발생하곤 한다.

 

이 세상 누구라도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자명한 사실이나 우리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많은 불확실한 요인의 불행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주요 원인으로는 사회적인 측면은 제외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암, 치매 등의 질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 상해 등으로 인해 신체적인 결함 발생과 함께 동반되는 경제적인 곤궁, 후유장해 등으로 생활의 질이 급속하게 추락하기도 한다.

아니면, 빚보증이나 투자를 잘못하여 은행으로부터 재산을 압류당해 전 재산을 잃는 등 경제적으로 쓰라린 고통을 맛보거나 인간관계의 단절이 생기게 되어 후회와 원망으로 남은 인생을 보내면서 또 다른 질병 등에 노출되어 신체적인 문제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게 됨으로써 사는 동안 지옥과도 견줄만할 정도의 밑바닥에서 헤매는 가련한 신세가 되기도 한다.

 

우리 인생에서 이러한 갑작스러운 불행을 예방하거나 닥친 불행을 내 손아귀에서 적절하게 다루어 저 멀리 던져 보낼 방법이 과연 있기나 하는 걸까?

 

여러 사람에게 인생 살면서 닥치는 불행에 대해서 극복할 수 있는 조언을 구하게 되면, 인생사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더라도 매사에 욕심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대처한다면 안 풀리는 일이 없고 일시적인 불행 그 또한 지나가는 바람 정도의 하찮은 일이며, 꾸준히 노력한다면 못 넘을 험한 불행은 없다고 씩씩하게 말한다.

남들에게 헌신하면서 착하게 살면 하늘이 돕는다는 등등의 당연한 이야기가 우리 앞길을 인도하게 두는 한, 본인에게 닥칠 불행은 없으며 혹시 있더라도 극복 못 할 불행은 없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자신에게는 불행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내 주소를 알지 못하여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을 거란 막연한 기대 속에서 사는 것도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다.

 

우리가 중산층으로 불리기를 소망하는 보통사람들은 흔히 젊은 시절에는 게으름이라는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하고 학업과 직장생활에 충실하였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였으며, 비록 사회에서 주류로서의 영광은 못 누렸지만 그나마 건강이나 경제 사정이 비교적 좋았던 시절에는 없는 시간이나마 쪼개어 마음의 양식을 얻기 위해 여러 분야의 책도 읽었으며 입장권이 비싼 음악회도 기웃거렸고, 등산이나 골프나 여행 등 취미생활에도 간간이 열중하여 생활을 즐기며 개인 정서를 고양하기도 했다.

 

또한, 젊은 시절에는 군대에 입영하여 국토방위를 위해 정부미도 몇 년 먹었으며, 국가와 민족의 가치 보전 및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 노력하면서 일하는 만큼 또는 그 이상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행복한 생활을 꾸려나가기를 소망하며 마음먹은바 최선을 다해서 삶을 영위하였다.

 

여러 모임의 술자리에서는 동질성과 유대감을 가진 동지를 여럿 두었다고 자위하면서 마음속으로 동지들과 평생을 같이 도모할 동반자의 역할을 맹세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러 방면에서 제 몫 찾기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견해를 가지고 지지하는 사람과 정당에 헌법이 부여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시민의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까지 개인적인 투자와 사회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행은 스멀스멀 다가와서 나와 내 주변의 지인들을 쓰러트리곤 한다.

 

보통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불행에 부닥치게 되면 그냥 체념하거나 좌절하기도 하고,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평소 성당, 교회, 절 등 종교시설에 다니는 신자의 경우에는 절대자를 원망하며 해당 종교를 떠나거나, 평소에 믿음이 부족했다는 자책으로 더욱더 종교에 몰입하여

이승에서 이러한 불행이 잘 해결될 뿐만 아니라 다시는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망하며, 사후세계에서는 더없이 행복한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기원하기도 한다.

 

그러면 과연 예기치 않은 불행을 예방하거나 닥친 불행을 피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면, 먼저 결론적으로 말해서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불행을 완전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우리가 인생에서 바람직한 삶이라고 유교에서 말하는 오복(壽, 富, 康寧, 攸好德, 考終命)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면서 소소하게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즉, 본인과 가족들의 건강, 취업, 결혼, 자손 번영 등 살아생전 행복을 소망하지만 이를 이승에서 전부 누리고 사는 행운 남녀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우리가 불행을 예방하려면 그 불행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하며, 원인이 파악되는 불행은 어느 정도 피할 수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뇌출혈의 원인은 고혈압이 60% 이상을 차지하므로 발병 전에 체중감량과 운동, 건강식사법, 음주 제한, 금연 등을 통해 고혈압 관리를 꾸준히 하게 되면 뇌출혈의 위험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의 원인만 파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허망하게도 현재 과학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므로,

제대 말년 병장이 가랑잎도 피해가며 지내듯 사전에 남들보다 참을성 있게 인내하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조심했더라도 본인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는 본인 스스로 그 불행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바로 앞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방법 외에는 무슨 방법이 있으리.

 

군자가 말년에 배추씨 장사하는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냥 운만 믿고 버티고 앉아 있어야만 할까? 아니면 절대자에게 매달려 불행이 닥치지 않도록 새벽기도를 열성적으로 해야 할까?

이러한 의문밖에는 좋은 방법이 없으니 이 또한 인생사의 풀리지 않는 숙제 중의 숙제인 듯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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